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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좌초 상태에 처한 벌안산 터널 사업, 공약과 현실의 괴리
  • 최성민 <심층 칼럼>
  • 등록 2026-02-10 15:10:14
  • 수정 2026-02-10 15: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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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5% 이행률 뒤에 가려진 현실적 난제와 고민
  • 절차적 정당성 확보, 사업 성공 위한 필수 과제
  • 재정 한계 인정하고 광역망 연계로 돌파구 열어야

주민설명회안(시점부)

진접의 교통 현안과 벌안산 터널의 전략적 가치


남양주시 진접읍은 수도권 동북부에서 대규모 택지 개발과 인구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온 지역이다. 특히 부평리, 진벌리, 금곡리 일대는 약 5만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며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나, 이들의 이동권은 국도 47호선이라는 단일 축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만성적인 교통 정체와 주민 불편을 초래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벌안산 터널(부평IC~진접역) 개설 사업이다. 벌안산 터널은 총 연장 0.75km, 그중 터널 구간 0.5km를 왕복 2차로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단순한 도로 신설을 넘어 진접 내부의 단절된 생활권을 연결하고 국도 47호선의 정체를 분산시키는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이 민선 8기 선거 과정에서 이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이유 역시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을 해결하고 진접 지역의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러나 2026년에 접어든 현재, 이 사업은 행정 절차의 선후 관계 논란, 주민 수용성 확보의 난항, 그리고 무엇보다 남양주시의 심각한 재정 압박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공약 이행률 65%의 이면,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니


남양주시가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있는 벌안산 터널 사업의 지표와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추진 동력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시는 2025년 12월 기준 공약 이행률을 65%로 산정하며 사업이 정상 궤도에 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행정적 성과 부풀리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공식 통계와 예산 집행 현황의 불일치

남양주시의 추진 현황판에 따르면, 2025년 목표는 기본 및 실시설계였으며, 총사업비는 약 548.5억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예산 집행 내역을 보면 2025년 확보된 예산 현액 10.5억 원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5억 원에 불과하여 집행률이 50%를 하회하는 상황이다. 이는 행정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공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객관적 지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치적 괴리는 현재 진행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볼 때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남양주시는 2025년 초만 해도 해당 사업은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중이며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노선과 터널 내 보도 설치 등을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그러나 현 시점 실제 현장의 실상은 이 같은 발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겉으로 표명된 진행 절차와 달리, 실질적인 사업 동력은 사실상 상실된 중단 상태에 가깝다. 특히 핵심 선행 과제인 노선 확정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으며 설계 착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업의 기약 없는 지연이 반복되는 비관적인 국면에 처해 있다.


행정적 신기루: 이행률 65%의 실체

민선 8기 공약 이행률 65%라는 수치는 보상 절차의 시작이나 실제 착공이 아닌, 행정 내부의 계획 수립과 용역 발주 등 기초적인 행정 행위의 나열을 통해 산출된 것으로 판단된다. 도로 건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인 노선 확정과 타당성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행률이 절반을 넘었다고 공표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가 있다.


특히 2027년 하반기 착공이라는 향후 계획은 현재의 교착 상태를 고려할 때 대단히 낙관적인 전망에 불과하며, 실질적으로는 차기 시정으로 책임이 전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지방재정법상 타당성 조사와 설계 용역의 선후 관계 의문점


벌안산 터널 사업을 둘러싼 가장 핵심적인 쟁점 중 하나는 예비타당성조사(또는 타당성 조사)를 설계 용역보다 먼저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하는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다. 이는 단순히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재정법과 관련 지침에 근거한 법적 준수 사항이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와 표준 절차의 검토

지방재정법 제37조2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시·군·구의 신규 투자사업 중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인 사업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기관(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 등)으로부터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방재정투자심사를 통과해야만 실질적인 예산 편성 및 설계 착수가 가능하다.


통상적인 대규모 공공사업의 추진 순서는 기초 조사 및 사업 구상 단계를 거쳐, 총사업비 500억 이상일 경우 필수적으로 전문기관 타당성 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지방재정 투자심사에서 적정 혹은 조건부 적정 판정을 받아야 비로소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보상 및 공사 발주가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벌안산 터널 사업의 절차적 역전 현상

현재 벌안산 터널 사업은 총사업비가 548.5억 원으로 책정되어 있어, 법적으로 타당성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그러나 남양주시는 2022년에 이미 설계 용역비 9억 원을 확보하고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공고를 진행한 바 있다. 시의 입장은 설계 완료 후 타당성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것인데, 이는 명백한 절차적 역전이며 심각한 행정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만약 설계 용역을 먼저 진행한 후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는데, 경제성(B/C)이 낮게 나오거나 투자심사에서 부적정 판정을 받는다면 이미 투입된 수억 원의 설계비는 고스란히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남양주시 재정 건전성 대규모 토목 사업의 지속 가능성


사업 지연의 표면적인 이유는 주민 반대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큰 암초는 남양주시의 재정 상태다. 5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을 전액 시비 혹은 제한된 보조금으로 감당하기에는 시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탓이다.


재정자립도 하락과 의존 재원의 심화

남양주시의 재정자립도는 2023년 30.6%에서 2024년 29.0%, 2025년 28.0%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기도 내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중 최하위 수준으로, 자체 수입으로는 공무원 인건비와 필수 복지 예산을 충당하기에도 빠듯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특히 2025년도 일반회계 세입 재원별 현황을 보면,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한 자체 수입 비중은 28.1%에 불과한 반면, 국·도비 보조금 비중은 46%에 달해 외부 의존도가 극도로 높다. 이러한 재정 구조 하에서 500억 원 이상의 시 재정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시 전체의 재정 탄력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사비 급등과 타당성 확보의 어려움

2024년 기준 추정된 총사업비 548.5억 원은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을 반영하지 않은 과거의 수치다. 때문에 현재 물가를 반영할 경우 사업비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비가 늘어날수록 경제성 분석(B/C) 지표는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는 데 있어 커다란 장벽이 된다. 즉, 예산 부족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과 사업비 증가로 인해 법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셈이다.


주민 수용성 확보의 한계와 노선 확정의 딜레마


모든 사회기반시설 확충 사업이 직면하는 숙제이듯, 벌안산 터널 사업 또한 수혜의 체감도 차이에서 발생하는 내부 갈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순히 수혜자와 피해자로 나뉘는 구도를 넘어, 터널 개통으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수혜를 입는 주민들과 예상 노선상 수혜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이는 주민들 사이의 시각 차가 핵심 쟁점이다.


2024년 6월 28일 개최된 2차 주민설명회는 이러한 이해관계의 간극과 갈등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자리였다.


대안 노선의 기술적 검토 결과와 주민의 반응

시 당국은 주민들의 반대를 고려하여 대안 1, 2, 3안을 다각도로 검토했으나, 벌안산의 지형적 특성과 경사도, 주변 주거지와의 이격 거리 등을 고려할 때 대안 노선들은 터널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과적으로 당초안(설명회안)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이는 특정 단지 주민들에게는 답을 정해놓고 설득하는 행정으로 비춰져 반발심만 키우는 역효과를 낳았다. 그러나 시는 재정난으로 인해 추가적인 지하화나 우회 노선 적용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주민 설명회의 불투명성과 행정의 공백

2024년 6월 이후, 당초 2025년으로 예정되었던 차기 주민설명회는 2026년 상반기로 다시 한 차례 밀려났다. 하지만 이마저도 개최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노선 합의 없는 설명회 강행은 갈등만 부추길 뿐이고, 주민 요구를 반영한 대안 노선을 제시하기엔 기술적·재정적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착 상태에서 발생하는 행정의 공백은 겉으로 드러나는 공약 이행률이라는 숫자 뒤에 교묘히 가려져 있다. 행정 내부에서는 계획 수립이나 용역 발주 같은 기초적인 행정 행위를 기준으로 이행률을 산정하며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이는 현장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결국 예산 집행률이 저조한 원인도 여기에 있다. 시의 의지 부족을 넘어, 노선 확정이라는 선결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설계비를 집행할 수 없는 회계 규정상의 안전 장치가 역설적으로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민선 8기 공약 이행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정책 제언 및 해결 비전


주광덕 시장의 진접 지역 핵심 공약인 벌안산 터널 사업이 멈춰 선 공약이 아닌 미래의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난관을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비전이 필요하다.


절차적 정상화: 타당성 조사 우선 추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설계 후 타당성 조사라는 위험한 도박을 멈추고, 타당성 조사 및 투자심사 선행이라는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선 현재까지의 기초 설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정식 타당성 조사를 의뢰하여 사업의 객관적 성적표를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재원 조달에 당당한 근거가 생기고, 부족하다면 사업 규모 축소나 노선 재조정 등 전략적 수정이 가능해진다. 만약 타당성 조사 결과가 부정적일 경우, 이를 숨기지 않고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여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지역 사회의 합의를 다시 이끌어내는 과정도 필수적이다.


재정적 돌파구: 광역 교통망 연계 및 도비 확보

남양주시의 열악한 재정 여건을 감안할 때, 600억 원 규모의 벌안산 터널 사업비를 시 자체 예산으로만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벅찬 과제다. 따라서 본 사업을 지엽적인 시내 도로가 아닌, 경기도 지방도 사업과 연계하거나 광역 도로망 체계로 격상시키는 전략적 우회가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특히 벌안산 터널이 왕숙신도시와 진접2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의 교통 수요를 분산하고, 주변 간선도로망을 잇는 경기 동북부 핵심 네트워크의 일환임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기도 도로 건설·관리 계획에 본 노선을 반영시켜 도비 지원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동시에 이미 확정된 왕숙신도시 광역교통 개선대책에 대해서도 사정 변경에 따른 보완과 추가 반영을 강력히 요구할 필요가 있다. 신도시 개발로 인한 교통 체증의 수혜와 피해가 교차하는 지점인 만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비 분담을 이끌어내어 시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지연된 사업에 실질적인 추진 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갈등 관리의 혁신상생형 터널 모델 도입

주민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도로 건설 이상의 가치를 제안해야 한다.


터널 입출구 주변에 방음벽 이상의 녹지 공간을 조성하고, 주민들이 요구하는 보도 설치 및 자전거 도로 연계를 적극 반영하여 걷고 싶은 터널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1회성 설명회가 아닌, 반대 주민 대표와 전문가, 시 관계자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하여 노선 결정 과정에 주민들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효능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 행정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벌안산 터널 사업의 교착 상태는 남양주시 행정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재정적 한계와 소통의 숙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약 이행률 65%라는 숫자는 행정 내부의 위안이 될 수 있을지언정, 매일 아침 국도 47호선에서 시간을 버리고 있는 5만여 명의 진접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한다.


지방재정법의 절차적 정당성을 외면한 채 설계부터 강행하는 것은 향후 더 큰 예산 낭비와 행정적 책임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민선 8기의 임기가 막바지를 향해 가는 시점에서, 시 당국은 이제라도 시장 임기 내 가시적 성과라는 강박에서 과감히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불투명한 사업을 당장이라도 추진할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직면한 재정적·기술적 한계를 시민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는 데서 시작된다. 지금 시가 해야 할 일은 형식적인 공약 이행률이라는 수치에 얽매이지 말고, 차기 시정에서도 흔들림 없이 사업이 이어질 수 있도록 광역교통망 편입과 같은 실질적인 동력을 확보하고 실현 가능한 로드맵을 구축하는 것이다. 진정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신기루 같은 약속이 아니라, 더디더라도 투명하게 공개되는 진실된 과정이기 때문이다.


벌안산 터널이 진정으로 뚫리기 위해서는 먼저 행정의 투명성과 재정의 건전성, 그리고 주민의 신뢰라는 세 가지 터널부터 통과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는 행정, 재정의 한계를 인정하고 우회로를 찾는 영리한 행정, 주민의 우려를 가치로 승화시키는 포용적 행정만이 벌안산 터널을 진정한 지역 발전의 통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026년과 2027년, 남양주시가 보여줄 관련 행보가 벌안산 터널 사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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