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의회 청사 전경. (사진=남양주시의회)
석 달 넘게 원 구성도 마치지 못했던 남양주시의회의 내년도 월정수당이 3.5% 인상된다. 남양주시가 공개한 의정비심의위원회 회의록에는 이 인상률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무엇을 근거로 삼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의원들의 사기 진작과 경조사비 부담은 거론됐지만, 석 달간의 의회 파행을 보수 결정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지난 20일 심의위원회는 2027년 의원 1인당 연간 월정수당을 3,957만6,360원, 의정활동비를 1,800만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의원 1인당 연간 의정비는 5,757만6,360원으로, 올해보다 월 약 11만원, 연간 약 134만원 늘어난다. 의원 21명 기준 연간 의정비 총액은 약 12억910만원이다.
2028~2030년 월정수당도 전년도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만큼 올리도록 정했다.
현행 법령상 공무원 보수인상률 이내로 월정수당을 올리면 주민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생략할 수 있다. 올해 기준 3.5%는 주민 의견수렴 없이 결정할 수 있는 최대 인상폭이다.
실제 회의에서 한 위원은 의회의 3개월 파행을 언급하고도 사기 진작과 도내 의정비 순위 유지를 이유로 3.5% 인상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3.5% 이상은 또 주민총회를 거쳐야 되니까 거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인상해 주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반드시 상한선까지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결이나 1~2% 인상도 선택할 수 있었지만 공개 회의록에는 대안을 놓고 구체적인 비용과 성과를 비교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제10대 남양주시의회는 7월 1일 임기를 시작했지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갈등으로 10월 6일에야 원 구성을 마쳤다. 3개월 넘게 이어진 파행으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도 지연됐다. 그런데도 의정비심의위원장은 의원들에게 한 번 더 기대를 거는 게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발언했다. 의회 파행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 보수 인상으로 의원들을 격려하는 논리가 앞선 모양새다.
남양주시의 재정자립도는 27.19%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21위, 인구 50만 이상 16개 시 중에서는 14위다. 반면 시의원 의정비와 월정수당은 모두 도내 7위다. 한 심의위원은 기간제와 공무직 근로자 임금을 정할 때는 재정 여건을 이유로 인상에 신중하면서, 의원 보수에는 도내 상위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가 적용되는 모순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 위원도 결국 인상에 동의했다.
회의에서는 교통비와 식사비는 물론 경조사비까지 인상 논거로 등장했다. 한 위원은 자신에게 한 달 동안 경조사 통보가 17건이나 왔다고 했고, 전직 시의원인 위원장은 의원 시절의 경제적 부담과 장보기 물가를 거론했다. 그러나 경조사비가 많이 들고 생활비 부담이 크다는 사정이 시민의 세금으로 지급하는 의정비를 올릴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공적 보수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개인적인 지출 부담을 인상 논거로 내세웠다는 것 자체가 심의의 적절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국외연수비 반납을 근거로 든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 위원은 의원들이 국외연수비를 반납해 의정비 인상에 따른 추가 지출보다 많은 예산을 절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회성 연수비 감액을 근거로 매년 반복되는 의정비 인상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은 월정수당을 결정할 때 주민 수와 재정능력,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뿐 아니라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실적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0대 의회가 출범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의정활동 성과를 충분히 평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원 구성조차 석 달 넘게 지연된 상황에서 왜 동결이나 소폭 인상이 아닌 3.5%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의원들의 어려운 활동 여건과 물가 상승을 고려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심의위원회가 의회 파행에 대한 책임보다 '한 번 더 기대를 걸자'는 논리를 앞세워 주민 의견수렴 없이 최대 인상률을 결정한 것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의원 보수는 기대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공적 직무에 대한 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