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KTX 속초선, 남양주 정차와 왕숙역
[제2편] KTX 속초선… 남양주 정차역, 왜 왕숙역인가
남양주 왕숙 복합역세권 조감도. 왕숙역을 중심으로 GTX-B 등 광역교통망과 복합개발을 연계한 구상이다. /자료=한국토지주택공사(LH)
남양주에 속초행 KTX 정차역을 둔다면 왕숙역을 주목할 이유는 분명하다.
왕숙역은 단순한 신도시 전철역이 아니다. 경춘선과 GTX-B, 강동하남남양주선이 한곳에서 만나는 광역환승역이다.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철도와 강동·하남으로 이어지는 철도, 춘천 방향의 철도가 왕숙에서 교차한다. 정부와 LH도 왕숙역을 세 노선이 연결되는 트리플 역세권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속초행 KTX-이음이 정차하면 왕숙역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신도시 환승역을 넘어 수도권 동부와 강원 북부를 잇는 광역철도 거점이 된다. 왕숙역을 주목하는 이유는 신도시 규모가 크기 때문만이 아니다. 국가가 이미 추진하고 있는 여러 철도망의 가치를 한곳에서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왕숙역의 경쟁력은 인구보다 연결에 있다.
철도는 각각 따로 놓는 것만으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서로 만나고 갈아탈 수 있을 때 비로소 하나의 교통망이 된다.
GTX-B를 타고 왕숙에 올 수 있고, 강동과 하남에서도 강동하남남양주선을 따라 왕숙에 접근할 수 있다. 경춘선은 춘천 방향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속초행 KTX까지 정차한다면 서로 다른 철도망이 왕숙에서 하나의 이동체계로 연결된다.
새로운 철도를 하나 더 놓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철도망을 제대로 연결해 쓰자는 것이다.
왕숙역 KTX 정차를 왕숙신도시 주민만을 위한 교통 편의로 보는 것도 이 구상의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철도망이 완성되면 왕숙역의 이용권은 남양주 경계를 넘어선다.
세 철도망이 만나는 역을 만들어 놓고 KTX만 그냥 지나치게 한다면 그것은 연결이 아니라 단절이다.
왕숙역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현재 이용객도 없다. 이 점만 보면 KTX 정차를 논의하기에 이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왕숙역의 기회다.
이미 완공된 역에 고속열차를 새로 세우려면 승강장과 안전시설, 환승 동선과 선로 구조를 다시 손봐야 할 수 있다. 비용이 커지고 기존 열차 운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왕숙역은 아직 계획과 설계가 굳기 전이다. KTX-이음 정차 가능성을 검토해 승강장 구조와 안전시설, 환승 동선, 선로 조건을 미리 살펴볼 여지가 남아 있다.
정차를 지금 확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중에 정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닫지 말자는 것이다.
아무 준비 없이 왕숙역을 완성한 뒤 시설 때문에 어렵다는 답을 듣게 된다면, 그 책임은 철도기술에 있지 않다. 검토할 수 있었던 지금 가능성을 닫아 버린 행정에 있다.
KTX 속초선과 왕숙역의 개통 시점을 굳이 맞출 필요는 없다. KTX가 먼저 달리고, 왕숙역은 나중에 문을 열면 된다.
개통 시점의 차이는 왕숙역 정차 논의를 포기할 이유가 아니다.
진접선이 이미 그런 구조를 보여준다. 진접선 본선은 먼저 개통했고, 풍양역은 노선 운행 이후 별도로 추가되는 역으로 추진됐다. 철도가 먼저 달리고 계획된 역이 나중에 문을 여는 방식 자체가 낯선 일은 아니다.
왕숙역도 마찬가지다.
KTX 속초선이 먼저 개통하면 초기에는 왕숙을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왕숙역이 완공된 뒤 정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역사 구조와 운행계획에 미리 길을 열어 놓으면 된다.
문제는 개통의 순서가 아니다. 결정의 순서다.
왕숙역이 완성된 뒤 정차를 처음부터 다시 요구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그때는 승강장 구조와 안전시설, 선로 배치가 이미 굳고, 열차 운행계획도 왕숙역 무정차를 전제로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때 정차를 요구하면 시설 변경 비용과 운행시간 증가, 선로 용량 문제가 한꺼번에 따라붙는다.
왕숙역이 아직 없기 때문에 논의를 미룰 것이 아니라, 아직 없기 때문에 지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 당장 정차를 확정하자는 게 아니다. 나중에 정차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지금 닫아 버리지는 말자는 것이다. 아무 준비 없이 나중으로 미루는 순간,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든다.
왕숙역 KTX 정차의 명분은 남양주 인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강동과 하남 주민이 속초행 열차를 타기 위해 서울 안쪽의 주요 역으로 이동하는 것과 왕숙역으로 접근하는 것은 동선부터 다르다. 전자는 서울 도심 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강원 방향으로 나가는 경로다. 후자는 강원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열차에 오르는 경로다.
왕숙역은 남양주 주민의 승차역인 동시에 수도권 동부의 강원행 승객을 서울 도심 진입 전에 받아들이는 역이 될 수 있다. 자가용과 고속버스에 몰린 수요를 철도로 옮기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왕숙역 정차 논의는 지역의 생떼가 아니다. 이미 투자되는 광역철도망을 하나로 연결하고 새로운 철도 수요를 만드는 국가 교통전략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가능성을 말로만 남겨두는 일이 아니다. 이용 수요와 선로 운용, 승강장·안전시설 등 실제 정차에 필요한 조건을 따져야 한다.
검토할 가치가 있는지를 놓고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경춘선과 GTX-B, 강동하남남양주선이 만나는 역이다. 왕숙신도시와 첨단산업단지, 복합환승 거점이 함께 조성되는 곳이다. 그리고 국가 간선철도인 KTX 속초선이 이 철도축을 지나게 된다.
이 모든 사업을 각각 따로 추진하면서 KTX 정차 가능성만 외면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KTX가 먼저 달릴 수 있다. 왕숙역은 나중에 문을 열 수 있다.
그러나 왕숙역이 완성된 뒤에도 KTX가 계속 지나치게 만들 이유는 없다.
왕숙역은 나중에 지을 역이지만, 정차 논의까지 나중으로 미룰 역은 아니다.
✍️ [기획연재] KTX 속초선, 남양주 정차와 왕숙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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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온라인 시민커뮤니티 왕숙진접사랑 회장(닉네임: 달빛벗)
※ 본 기획연재는 총 5편으로 이어집니다.
제1편: KTX 속초선… 남양주 정차역, 지금 논의할 때다
제2편: KTX 속초선… 남양주 정차역, 왜 왕숙역인가
제3~5편: 순차 게재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