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가 산사태와 토석류 피해 우려지역 28곳의 추가 지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법정 산사태취약지역 밖의 주택과 시설도 위험 노출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남양주데일리
남양주시가 산사태와 토석류 피해가 우려되는 28곳을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정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만 관리해서는 실제 산림재난 위험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는 경기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남양주시는 지난 8월 5일부터 9월 4일까지 ‘2026년 산사태취약지역 지정 예정지’ 28곳을 공고했다. 지정 사유는 산사태와 토석류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 우려다. 이후 안내문 반송 대상에 대한 공시송달을 진행했으며, 이견이 없으면 심의를 거쳐 10월 중 지정할 예정이다.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은 법에 따른 관리와 점검 대상에 들어간다. 문제는 실제 산사태와 토석류 피해가 반드시 이 경계 안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경기도 산림재난 취약지역의 공간계획 및 관리 방안 연구’는 이 같은 관리 사각지대를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준다.
연구원은 0.5m급 정밀 지형자료를 이용해 산지에서 시작되는 물길을 추적하고, 물길 양쪽 25m와 산림청이 분석한 토석류 피해예측지역을 합쳐 건축물 노출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범위에 포함된 건물은 경기도 전체에서 16만9,983동으로 나타났다. 현재 법정 산사태취약지역 안에 있는 건물 5,541동보다 약 30배 많은 규모다. 연구원이 설정한 분석범위와 법정 취약지역은 선정 기준이 서로 다르지만, 물길과 토석류 이동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기존 지정구역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 피해도 법정 경계 밖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당시 가평군 북면 제령리와 조종면 신상리·마일리에서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세 곳 모두 당시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었다.
가평군은 당시 311곳을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었지만 실제 인명피해 지점은 그 밖에서 나왔다. 지정지역 중심의 관리체계만으로는 모든 위험을 걸러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이번 연구결과가 남양주시가 지정하려는 28곳의 위험성 평가나 선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산사태취약지역 지정은 실태조사와 심의를 거쳐 피해 우려가 높은 곳을 법정 관리대상으로 편입하는 예방조치다.
다만 법정 취약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을 곧바로 위험지역과 안전지역으로 나누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산사태는 산비탈이 무너지는 지점에서 끝나지 않는다. 집중호우로 발생한 물과 흙, 돌이 계곡과 물길을 따라 이동하면 산 아래 도로와 주택, 각종 시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산지만 보는 데서 나아가 토석류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고 그 아래 어떤 시설이 놓여 있는지까지 함께 살피는 예방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활용한 0.5m급 정밀 지형정보는 이런 사각지대를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자료다. 기존 위험등급과 법정 지정지역에 더해 물길과 토석류 영향권을 겹쳐 본다면 우선 점검해야 할 주택과 시설을 보다 세밀하게 찾을 수 있다.
남양주시의 28곳 지정은 산사태 예방관리의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지난해 가평의 인명피해가 모두 법정 취약지역 밖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은 지정 이후의 과제도 보여준다.
산사태취약지역의 경계선 밖이라고 해서 곧 안전지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남양주의 산사태 예방행정도 지정지역 관리와 함께 그 주변과 하류지역까지 위험을 살피는 방향으로 넓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