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분석] 남양주 청년예산, 수요를 비켜가다

남양주시가 올해 청년 지원사업 57개에 408억9,400만 원을 편성했지만, 남양주시정연구원 보고서의 예산표상 일자리 분야는 19억3,600만 원, 4.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청년 일자리 부족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예산의 외형은 커졌지만 청년의 절박한 수요와 정책 우선순위가 엇갈린 예산 미스매칭이 선명하다.
남양주시정연구원이 지난 6월 30일 발간한 ‘남양주시 청년 실태조사와 정책 방향 연구’에 따르면, 2026년 남양주시 청년 지원사업은 5대 분야 57개 사업, 총 408억9,400만 원이다. 국비 143억9,000만 원, 도비 106억6,000만 원, 시비 158억4,400만 원으로 구성됐다. 전년보다 예산은 3.3% 늘었고, 청년 1인당 예산도 24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외형만 보면 적지 않은 규모다.
자료=남양주시정연구원 ‘남양주시 청년 실태조사와 정책 방향 연구
분야별로 보면 복지 355억3,900만 원(86.9%), 주거 26억900만 원(6.4%), 일자리 19억3,600만 원(4.7%), 참여 4억7,700만 원(1.2%), 문화 3억3,300만 원(0.8%) 순이다. 보고서에 집계된 청년예산 100원 가운데 복지에는 약 87원이 배정됐지만 일자리에는 5원도 배정되지 않은 셈이다.
예산표의 배분과 청년 수요 사이의 간극은 설문 결과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연구원은 올해 3~4월 남양주에 사는 18~39세 청년 1,000명을 온라인과 현장 방식으로 조사했다. ‘남양주 청년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청년 일자리 부족을 꼽은 응답은 40.8%로, 주거 빈곤 14.8%, 정신건강 12.6%, 부채 관리 9.9%를 크게 앞섰다.
일자리 정책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90.7%에 달했고 5점 만점 평균도 4.5점이었다. 앞으로 남양주를 떠나려는 이유로도 일자리가 50.7%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18~24세는 62.6%, 25~29세는 55.5%가 이주 이유로 일자리를 꼽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도 일자리, 가장 중요한 정책도 일자리, 남양주를 떠나게 하는 이유도 일자리였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남양주가 주거 중심 도시 기능은 강하지만 자족형 산업과 청년 일자리 기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교통비 지원은 서울로 출근하는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남양주 안에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한다.
물론 설문 응답률과 예산 비중을 기계적으로 맞출 수는 없다. 일자리 부족 응답이 40.8%라고 해서 일자리 예산도 반드시 40.8%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주거·보건·교통 사업은 단가와 수혜 인원이 다르고, 국·도비 매칭사업은 지방정부가 임의로 비중을 조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주거와 정신건강, 생활지원 역시 청년에게 절실한 정책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 정책 중요도, 지역 이탈 이유가 모두 일자리를 가리키는데도 예산표상 일자리 비중이 4.7%에 머문다면 설명이 필요하다. 더구나 청년 일자리 창출은 청년담당 부서의 소규모 프로그램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산업정책과 기업유치, 산단 조성, 교육·훈련, 지역대학, 민간 채용을 하나의 고리로 묶어야 한다. 일반 산업·경제 예산이 청년 일자리에 기여하고 있다면 그 연결 구조와 성과를 청년정책 시행계획에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다만 409억 원이라는 청년예산 총액의 산정 기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예산표에는 K-패스 177억6,800만 원을 비롯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료, 농어민 기회소득, 심리상담 바우처, 기후동행카드 등 전체 대상 사업이 포함돼 있다. 청년 수혜분을 별도로 산정하지 않았다면 409억 원은 실제 청년에게 귀속되는 예산보다 크게 보일 수 있다. 시는 분야별 예산 배분과 함께 사업별 청년 수혜액과 산정 기준도 공개해야 한다.
‘성장지원형 전환’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남양주시 청년정책에서 단기 지원사업의 비중이 높고, 분야 간 연계성과 통합성도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기본소득·수당·환급 등 단기 부담 완화 사업은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지만, 장기적인 자립 역량 형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취업역량 강화, 직무훈련, 창업지원, 경력개발, 금융교육, 자산형성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청년 취업지원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청년 1,000명 조사와 시의 청년정책 현황을 함께 분석한 연구 결과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단기 지원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지역에서 일하고 성장하며 정착할 수 있도록 성장과 자립 지원의 무게를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진단을 다음 연도 예산과 사업 설계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이제 남양주시의 과제다.
청년예산 409억 원, 이제는 성과를 따져야
예산 규모만으로 청년정책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 청년에게 귀속된 예산이 얼마인지, K-패스 등 전 연령 대상 사업에서 청년 수혜분은 어느 정도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자리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 배분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청년 당사자의 응답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취업했고, 그 일자리는 얼마나 유지됐는지, 남양주 안의 일자리로 이어졌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이런 기초 자료가 있어야 409억 원의 청년예산이 청년의 지역 정착과 자립에 실제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정책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 왕숙산단과 기업유치 전략에 청년 신규채용 목표를 결합하고, 지역기업의 인력 수요와 청년의 역량을 연결하며, 교육이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지를 성과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사업 수를 늘리고 예산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청년의 지역 이탈을 막을 수 없다.
복지는 오늘 먹을 빵을 준다. 그러나 내일 먹을 빵까지 주는 것은 일자리다. 남양주 청년들이 가장 절실하다고 답한 곳에 예산과 산업정책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돈은 쓰고도 청년은 떠나는 상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