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 현수막이 내걸린 홈플러스 진접점 전경
홈플러스 진접점이 문을 닫았다.
2009년 개점한 뒤 17년 가까이 진접 주민들의 생활 편의와 장현리 상권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대형 상업시설이 사라진 것이다. 600대가 넘는 주차 공간과 판매시설, 편의시설을 갖췄던 건물에는 이제 폐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그런데 정작 남양주시와 지역 정치권은 너무도 조용하다.
적어도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범위에서는 남양주시가 근로자와 임대매장 종사자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했다는 소식도, 폐점 이후 건물의 향후 계획과 장기 공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는 설명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도의원, 시의원들이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피거나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홈플러스 진접점은 문을 닫았는데, 행정과 정치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물론 폐점의 직접적인 책임을 남양주시에 물을 수는 없다. 홈플러스의 경영 위기는 진접점 하나의 매출 부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기업 전체의 경영 악화와 누적된 자금난이 빚어낸 결과다. 지방자치단체가 민간기업에 영업을 계속하라고 강제할 권한도 없다.
그러나 폐점을 막을 권한이 없다는 것과 폐점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대형마트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장을 볼 장소 하나가 줄어드는 일이 아니다. 점포에서 일하던 직영 직원은 물론 미화, 시설관리 등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와 임대매장 종사자들의 일자리와 생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트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유동인구가 감소하면 주변 음식점과 소매점도 영향을 받는다. 규모가 큰 건물이 장기간 비어 있게 되면 상권 침체와 도시 미관 저하, 야간 공동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서 물어야 할 것은 홈플러스의 문을 다시 열 수 있느냐가 아니다.
남양주시에 지역경제의 충격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형 사업장이 갑자기 문을 닫았을 때는 고용 인원과 입점업체의 피해를 파악하고, 고용노동기관과 경기도의 지원책을 연결하며, 기업 및 건물 관계자와 후속 활용 계획을 협의하는 대응 절차가 가동돼야 한다. 지역 상권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주민에게 설명하는 일도 행정의 몫이다.
하지만 현재 주민들에게 보이는 것은 체계적인 대응이 아니라 설명의 공백이다.
남양주시는 진접점에서 일하던 직영 직원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임대매장 종사자 가운데 몇 명이 일자리와 생계의 불안을 겪고 있는지 확인했는가. 홈플러스와 건물 소유주를 만나 폐점 이후의 매각 및 활용 계획을 파악했는가. 이 대형 건물이 장기간 공실로 남을 경우 장현리 상권에 미칠 충격을 분석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관련 상황을 조사했다면 그에 따른 대응 방향을 설명해야 하고, 아직 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건물의 향후 활용이다.
홈플러스 진접점은 단순한 동네 점포가 아니라 대규모 판매시설과 주차장을 갖춘 장현리의 대표적인 상업 거점이었다. 이미 침체가 깊어진 장현 상권에서 이 공간마저 장기간 비게 된다면 유동인구 감소와 주변 점포의 위축이 겹치면서 상권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단기적인 사업성만 앞세워 주거시설 중심의 개발을 서두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 방치와 성급한 개발을 모두 경계하면서, 지역에 실제로 필요한 상업, 생활 기능과 공공성을 함께 담는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유재산인 만큼 활용 방향을 결정할 주체는 소유주다. 그러나 도시계획과 건축 인허가 권한을 가진 지자체가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손을 놓아서도 안 된다.
당장 소유주에게 특정 활용 방안을 요구할 단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체 유통시설의 입점 가능성, 기존 건물의 재활용 가능성, 향후 재개발 가능성을 미리 점검하고 각 시나리오가 장현 상권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 소유주 측의 의중과 시장의 움직임을 파악하면서 장기 공실이나 주거시설 중심 개발에 대비한 행정 원칙도 세워둘 필요가 있다.
폐점 세일 현수막이 게시된 홈플러스 진접점
폐점은 기업이 결정했지만, 폐점 이후의 도시는 행정이 관리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의 침묵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대형 사업을 유치하거나 새로운 시설이 문을 열 때면 정치인들은 현수막을 내걸고 자신의 성과를 홍보한다. 개장식에서는 축사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지역 발전을 말한다. 그런데 시설이 철수하고 일자리가 흔들리며 지역 상권에 공백이 생기면 민간기업의 경영 문제라며 한발 물러선다.
유치할 때만 정치의 성과이고, 철수할 때는 기업의 사정인가.
권한이 없다는 말도 직책에 따라 달라야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를 상대로 고용 상황과 정부의 대응을 확인하고 필요한 대책을 요구할 통로가 있다. 도의원은 경기도 차원의 고용 지원과 소상공인·상권 지원책을 진접 지역에 연계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시의원은 집행부에 현안보고를 요구하고 5분 자유발언과 시정질문을 통해 대응 상황을 주민 앞에 드러낼 책무가 있다.
시장에게는 관련 부서를 한자리에 모으고 홈플러스와 건물 관계자를 만나며, 주민에게 시의 대응 방침을 설명할 책임이 있다.
누구에게도 민간기업의 폐점을 강제로 막을 권한은 없다. 그러나 폐점 이후의 고용 불안과 상권 침체 앞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면, 지역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부터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새 남양주시의회가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유감스럽다. 홈플러스 진접점 폐점에 따른 고용과 상권 문제를 점검해야 할 시기에 의회가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갈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정치권 내부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갈등의 비용을 시민이 대신 지불하는 것이다.
의회의 파행과 별개로, 전·현 시정의 대응 역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임 시정이 진접점의 휴업 단계에서 폐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어떤 대비에 나섰는지는 공개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선거와 임기 교체기가 겹친 시기였더라도, 지역경제 현안에 대한 설명과 대응이 공백 상태에 놓여서는 안 된다.
새로 출범한 최현덕 시정 역시 이 문제를 전임 시정에서 발생한 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광역교통망 확충과 공공 의료, 자족도시 구상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도시의 실력은 아직 오지 않은 거대한 미래 사업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현재 존재하는 일자리와 상권, 주민의 생활 기반이 무너질 때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도 도시 경쟁력의 중요한 척도다.
100만 자족도시를 이야기하면서 눈앞에서 사라지는 지역 생활거점에는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못한다면, 거대한 도시 비전은 시민의 일상과 분리된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남양주시는 지금이라도 움직여야 한다.
홈플러스 진접점 근로자와 입점업체의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홈플러스 및 건물 관계자에게 향후 계획을 확인해야 한다. 고용·금융 지원이 필요한 당사자에게 관계기관의 지원책을 연결하고, 장기 공실과 주변 상권 침체에 대비한 전담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건물의 매각이나 개발 움직임이 있다면 사후에 보고받을 것이 아니라 초기 단계부터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 과정과 결과를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남양주시가 사기업을 억지로 붙잡아 놓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행정과 정치권은 무엇을 파악했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주민에게 설명하라는 것이다.
정치가 좋은 소식만 발표하는 기술에 그쳐서는 안 된다. 나쁜 소식이 닥쳤을 때 주민 곁에 서는 책임이야말로 제대로 된 정치다.
행정의 실력도 새 시설을 유치하고 개장식에 참석하는 데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기업이 떠난 뒤 남겨진 사람과 공간, 지역경제의 충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서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홈플러스 진접점이 문을 닫게 된 것은 기업의 결정이다.
그러나 폐점 이후의 고용 불안과 상권 침체에 아무런 설명도, 대응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한다면 그것은 남양주시와 지역 정치권의 책임 방기다.
이제라도 그 침묵을 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