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주가 자족도시로 가기 위해 반드시 붙잡아야 할 과제 중 하나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다. 왕숙신도시 이후 남양주가 단순한 주거도시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일자리와 산업 기반을 갖춘 자족도시로 도약할 것인지는 바로 이런 전략적 과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나온,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최현덕 시장의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관련해 처음부터 1년 4개월, 3억 원 규모의 대형 용역부터 추진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최근 경제자유구역 지정 동향을 먼저 파악하고, 1~2개월짜리 단기 검토를 통해 가능성을 본 뒤 심층 연구로 넘어가도 된다는 것이 발언의 핵심이었다. 이는 최근 정부 동향과 지정 가능성, 경쟁 지자체 상황을 짧은 기간 안에 파악한 뒤, 가능성이 보일 때 본격적인 심층 용역으로 들어가는 것이 순서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지적은 행정의 본질을 정확히 짚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보고서 두께로 따내는 사업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 경기도의 협조, 산자부의 판단 기준, 경쟁 지자체의 움직임, 후보지의 입지 경쟁력, 앵커기업 유치 가능성이 한꺼번에 맞물리는 고난도 전략사업이다. 단순히 '타당성 검토 용역을 발주했으니 기다리자'는 방식으로는 기회를 잡기 어렵다.
물론 용역 자체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법적 제도적 요건이 복잡하고, 산업입지와 기업유치 전략이 함께 설계되어야 하므로 전문적인 연구와 종합계획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순서다. 처음부터 대형 본용역에 들어가 1년 넘게 결과를 기다리는 방식이 과연 지금 남양주에 맞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기 용역 이전의 빠른 사전진단이다. 최근 경제자유구역 지정 동향은 어떤지, 정부가 어느 산업을 우선하는지, 경기도는 남양주 구상에 얼마나 협조할 수 있는지, 실제로 유치 가능한 앵커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있는지부터 빠르게 확인해야 한다.
이런 작업은 반드시 3억 원짜리 용역으로 시작할 필요가 없다. 국책연구기관, 산업입지 전문가, 경제자유구역 실무 경험자, 민간 싱크탱크 등을 활용해 1~2개월짜리 단기 진단 프로젝트로도 충분히 1차 판단을 할 수 있다. 가능성이 낮은 접근은 빨리 버려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왕숙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산업 논리, 기업 유치 전략, 경기도와 중앙정부 설득 논리를 빠르게 정교화하는 일이다. 그래야 본용역을 하더라도 과업지시서가 정밀해지고, 예산 낭비도 줄일 수 있다.
남양주시 행정은 이제 검토 후 추진이라는 익숙한 문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경제자유구역처럼 시간과 타이밍이 중요한 사업은 단기 사전진단 → 경기도·산자부 사전협의 → 앵커기업 접촉 → 본용역 착수의 단계형 전략으로 가야 한다. 이것이 행정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담당부서도 이 지점을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미 용역 발주가 진행 중이라면 과업지시서를 재검토해야 한다. 전체 용역기간이 1년 4개월이라 하더라도, 착수 후 2~3개월 안에 경제자유구역 지정 가능성, 경기도·산자부 협의 전략, 유치 가능 산업과 앵커기업 후보에 대한 중간 결과물을 먼저 내도록 해야 한다. 최종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속도전을 이길 수 없다.
경제자유구역은 남양주가 베드타운을 넘어서는 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회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더구나 남양주는 이미 왕숙신도시, 교통망 확충, 데이터센터 유치 논란, 공공의료원, 원도심 재생 등 굵직한 현안이 동시에 얽혀 있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자유구역은 추상적인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산업 기반, 교통망, 기업 유치, 인재 양성, 세제 혜택과 규제 특례를 하나로 묶은 실질 전략으로 다뤄야 한다.
최현덕 시장의 이번 지적은 단순한 질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남양주시 행정에 던진 중요한 문제 제기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답이다. 남양주시는 큰 용역을 발주하고 기다리는 행정에서 벗어나, 기회를 빠르게 포착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기다리는 행정으로는 잡기 어려운 기회다. 정부의 지정 방향, 경기도와의 협의, 경쟁 지자체의 움직임은 빠르게 변한다. 남양주 경제자유구역 지정에서 속도는 선택이 아니라 전략이다. 3억 원짜리 용역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남양주시가 지금 어디에 서 있고 무엇을 먼저 붙잡아야 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일이다. 그 판단이 빠를수록 남양주의 기회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