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주시 인구는 현재 약 73만 명이다.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도시로서, 의료 인력의 양적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다. 문제는 질적 구성이다. 암, 뇌졸중, 심근경색 등 중증 질환에서는 골든타임이 곧 생사를 가르지만, 남양주에는 이를 감당할 상급종합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 중증 환자는 지금도 서울이나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달려가야만 한다.
남양주는 구리, 가평, 양평 등과 함께 같은 진료권으로 묶여 보건복지부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에서 병상수급 조정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조정지역은 원칙적으로 병상 공급이 제한된다. 대형 의료기관 유치가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등장했다가 번번이 벽에 부딪혀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27일, 남양주시는 중앙대학교의료원, 중앙대의료원 교육협력 현대병원과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진접2지구 내 1,000병상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을 건립하고, 현대병원 측에 의하면 2030년 말 진료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겉으로 보면 중앙대병원 유치처럼 읽히지만, 이 사업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협약의 구조와 그 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중앙대 부속병원 신설'이 아니다
이 사업을 중앙대학교 부속병원 유치로 이해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 핵심은 역할 분담에 있다. 현대병원은 부지 확보와 1,000병상 규모의 병원 건립 및 운영을 맡고, 중앙대학교의료원은 병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의료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사업의 자본적 주체, 법적 개설 주체, 운영 책임 주체는 모두 현대병원이다. 중앙대의료원은 자산을 투입하거나 병원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과 노하우를 이식하는 조력자 위치에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번 사업이 중앙대 법인의 부속병원 신설이 아니라 현대병원의 신축 이전 및 기능적 승격임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여러 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 현대병원의 오랜 준비다. 이번 협약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다. 현대병원은 이미 2022년 병원장 직속으로 새 병원 건립추진단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수년 전부터 신축 이전을 내부적으로 구체화하고 역량을 결집해 온 결과가 이번 MOU로 나타난 것이다.
둘째, 현대병원은 현재 4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한때 700병상까지 확대 구상이 있었지만 이번 진접2지구 이전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사업이 현대병원의 자체적 성장 전략의 연장선임을 보여준다. 규모로 보자면 현재 400병상대에서 1,000병상으로 2.5배 가량 확장하는 대형 이전 프로젝트다.
셋째, 협력 관계의 역사다. 현대병원은 2019년 중앙대학교의료원과 교육협력병원 협약을 맺으며 병원 명칭을 중앙대의료원 교육협력 현대병원으로 변경했다. 이 협약을 통해 중앙대의료원은 현대병원에 임상교원 겸직 및 전공의 파견 근무를 지원하고, 공동연구 및 학술 협조, 환자의뢰 및 회송 협조 등을 수행하게 됐다. 중앙대의료원은 이미 2019년부터 지원자 역할을 해왔으며, 이번 MOU는 그 협력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넷째, 명칭 전략의 의도다. 향후 가칭 '남양주 중앙대병원'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이는 대학 부속병원에 준하는 인지도와 신뢰도를 단기간에 확보하여 상급종합병원으로 안착하기 위한 브랜드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앙대학교의료원장은 광명병원 개원 노하우 등 축적된 기술력을 접목해 혁신적인 병원 모델을 만들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지원과 협조의 언어이지, 설립과 운영의 언어가 아니다.
결국 이 사업은 현대병원이 전적으로 주도하고 중앙대의료원이 시스템 이식과 브랜드 협력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다. 중앙대병원 유치라는 표현은 시민의 기대를 자극하는 홍보적 표현에 가깝고, 사업의 법적, 재정적, 운영적 실체는 어디까지나 현대병원의 신축 이전으로 봐야 한다.
규제의 벽이 만들어낸 현실적 경로
이 구조가 나온 배경에는 보건복지부의 강력한 병상 규제가 있다. 병상수급 기본시책에 따르면 남양주는 병상수급 조정지역으로 묶여 있어, 복지부가 신규 병상 확대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 상황이다. 외부 대학병원이 새롭게 진입하려면 이 벽을 넘어야 하는데, 최근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신설 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전 승인까지 의무화되면서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반면 이미 지역 내에 뿌리를 둔 현대병원이 기존 시설을 이전, 확장하는 방식은 신규 진입으로 보기 어려워 정부의 정책 기조와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중앙대의료원의 시스템과 브랜드를 얹으면 대학 부속병원에 준하는 의료 질을 갖추면서도 행정적 실현 가능성은 극대화하는 경로가 된다. 규제 환경에서 선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었다고 볼 수 있다.
부지도 이미 마련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남양주 진접2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 변경안을 고시하며 약 1만 2,500평 규모의 의료시설용지를 신설했다. 진접2지구의 중심 상업지구는 풍양역 부근으로 계획돼 있으며, 지구 바로 아래에는 3기 신도시인 왕숙신도시가 위치해 서로의 인프라를 상당 부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진접, 왕숙, 별내 등 40만에 달하는 배후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요충지다.
넘어야 할 관문들
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남양주 시민에게는 분명한 의료 접근성 개선이 이뤄진다. 그러나 MOU 체결과 완공 사이에는 현실적인 관문이 적지 않다.
가장 큰 관문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이다. MOU 체결이 상급종합병원 지위를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20개 이상의 진료과목 및 전속 전문의, 전공의 수련기관 자격, 규정된 인력, 시설, 장비, 그리고 질병군별 환자구성 비율을 지정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5기 지정기준에서는 입원환자 중 중증환자 비율을 34% 이상으로 강화했다. 완공 후 이 기준을 충족해 실제 지정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역량 축적과 시간이 필요하다.
재정 조달 리스크도 현실적 과제다. 1,000병상 규모 대형 병원 건립에 드는 비용은 결코 작지 않다. 현대병원이 이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기대와 함께 지켜볼 일이다
시는 이번 복합의료타운 조성을 통해 전문 치료를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과 혁신형 공공의료원을 연계해 수도권 동북부의 의료 허브로서 입지를 확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목표는 옳다.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남양주에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시민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협약식 자리에서 오간 발언이나 브랜드 명칭이 아니다. 앞으로 시작되는 설계, LH의 용지 매각 협의, 착공과 준공, 그리고 최종 관문인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각각의 단계가 차질 없이 진행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시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이 사업이 현대병원의 오랜 준비와 탄탄한 지역적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지역에 이미 뿌리를 내린 거점 병원이 중앙대의료원의 운영 경험을 등에 업고 도약하는 방식은, 화려한 외부 브랜드의 신규 진입보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남은 과제는 이 가능성을 완공과 지정이라는 결과로 연결하는 것이다. 수십만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업인 만큼, 뜨거운 기대와 함께 차분한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