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자립도는 일반 시민에게 낯선 행정 용어일 수 있으나, 도시의 재정 면역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 2025년 기준 남양주시의 재정자립도는 28% 수준이다.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 중 최하위에 해당하는 이 수치는 지역 경제의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준다. 한 해 예산 중 자체 수입은 4분의 1 남짓에 그치며, 나머지 4분의 3은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교부금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외부 지원 없이는 독자적인 살림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재정 지표는 단순한 회계 장부를 넘어 외부 지원 없이 홀로 설 수 있는 자생력을 의미한다. 자립도가 50%를 상회하면 예산의 과반을 자체 계획에 따라 운용할 여력을 지니게 된다. 기업 유치 인센티브 제공, 청년 창업 지원, 문화 공간 조성 등 도시 비전을 주도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반면 20%대에 머무는 지역의 사정은 판이하다. 예산 대부분이 용도가 정해진 국도비 보조사업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복지, 도로 보수, 학교 급식 등 지정된 곳에만 자금을 집행하다 보니 지자체의 독자적인 재량권은 제한을 받는다. 이는 온전한 지방자치라기보다 불완전한 자치에 가깝다.
다수의 재정 전문가들은 자립도가 20%대 후반을 밑돌 경우 자체 수입만으로는 인건비와 필수 경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직면한다고 우려를 표한다. 현재 남양주는 그 위태로운 경계선에 놓여 있다.
구조적 불균형이 부른 지표 하락
더 큰 문제는 지표가 지속적인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0%를 상회했으나, 2023년 이후 매년 약 1%포인트씩 낮아지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이 고착화될 경우 향후 20%대 초반까지 밀려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의 기저에는 정체된 세입과 급증하는 세출이라는 구조적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남양주의 주요 재원인 재산세, 취득세, 지방소득세는 외부 요인에 취약하다. 재산세와 취득세는 부동산 경기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실제로 2023년 이후 시장 침체와 함께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지방소득세 역시 한계를 지닌다. 상당수 주민이 타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주거 중심 도시의 특성상, 이들이 근무하는 기업의 법인지방소득세는 거주지 재정 확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반면 세출은 인구 규모와 비례해 꾸준히 증가하는 궤적을 그린다. 고령화에 따른 기초연금 및 노인 서비스 지출, 신규 택지 조성에 동반되는 보육료와 학교 신설 비용 등 복지 수요가 대표적이다.
상하수도와 도로 유지보수 등 기본 행정 비용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며 지자체의 경직성 의무 지출 비중을 높이고 있다. 결국 한정된 자체 수입과 늘어나는 지출 사이의 간극을 외부 교부금으로 메우면서, 재정 의존도가 지속해서 높아지는 형태다.
타 대도시와의 격차, 핵심은 기업
동일한 경기도 내 대도시들과 비교하면 남양주의 현실은 더욱 뚜렷해진다. 성남과 화성의 재정자립도는 이미 50%를 훌쩍 넘겼고, 수원과 용인도 40% 이상의 견조한 흐름을 유지 중이다. 인구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안산, 평택, 시흥조차 재정 지표 면에서는 남양주를 크게 앞선다.
지표의 차이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세입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성남시의 경우 법인지방소득세가 지방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다수의 IT 기업과 수만 명의 임직원이 안정적인 세원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세원은 일반 부동산 관련 세금에 비해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하며 그 규모도 방대하다.
화성의 삼성전자, 이천의 SK하이닉스, 안산의 시화·반월공단 등 재정이 튼튼한 도시들은 모두 우량 기업과 탄탄한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기업 입주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직원의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지자체의 세수 증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한다.
하지만 남양주는 이러한 경제적 연결고리가 부족한 실정이다. 고용노동부 사업체 조사 기준에 따르면 관내 300인 이상 대형 사업장의 수는 극히 적으며, 중견기업의 분포 또한 타 대도시에 비해 현저히 낮아 안정적인 법인지방소득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도시 개발에 따른 일시적 세수 착시
자족 기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인구 유입은 장기적으로 지방재정에 부담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 대규모 택지 개발 초기에는 수만 가구의 입주와 함께 막대한 취득세가 유입되어 재정 지표가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입주가 마무리되면 이러한 일회성 세수 증대는 금세 사라지게 된다.
본격적인 재정 부담은 입주 후 10년 전후를 기점으로 시작된다. 상하수도, 도로, 공원 등 기반 시설의 노후화로 유지보수 비용이 대거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미 조성 후 10년이 지난 별내신도시 등은 이 구간에 진입하여 인프라 정비 예산 수요가 늘고 있다. 다산신도시 역시 주간 인구가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공동화 현상으로 상권 활력이 저하될 경우, 자체 세수는 정체되는 반면 고정 유지비는 증가하는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
향후 왕숙신도시가 조성되면 다시 한번 대규모 취득세 유입이 예상된다. 다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 중장기적인 자립 기반 확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세수 증가에 기대어 경직성 지출을 확대하기보다, 미래를 대비한 신중한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산업 생태계 조성을 통한 체질 개선 사례
과거 성남시는 서울의 위성도시 성격이 강했고, 자체 재정 기반이 취약한 시기가 길었다. 이 흐름을 바꾼 결정적 계기는 판교테크노밸리 조성이었다. 2005년 계획 확정 당시만 해도 녹지 훼손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지자체와 경기도의 일관된 추진으로 첨단 산업단지가 점차 모습을 갖추었다.
현재 판교에는 1,700여 개의 첨단 기업과 8만 명이 넘는 고용 인력이 상주하며, 국내 굴지의 IT 기업들이 납부하는 법인지방소득세는 성남시 재정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특히 판교 입주가 본격화된 이후 성남시의 재정 여건과 재정자립도는 꾸준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동력은 선도 기업 유치였다.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보유한 핵심 기업이 먼저 자리를 잡자, 협력사와 스타트업, 관련 서비스업이 뒤따라 들어오며 자생적인 산업 생태계가 확장·고도화된 것이다.
지리적·역사적 배경이 낳은 구조적 한계
남양주의 자생력 확보를 가로막는 요소로는 지리적 요건과 중첩된 규제를 꼽을 수 있다. 전체 면적의 상당 부분이 산림과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가용 토지가 부족하다. 더불어 북한강 수계에 인접하여 수질 보전을 위한 각종 환경 규제를 적용받는다. 넓고 평탄한 부지를 활용해 대규모 산업단지를 신속하게 조성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지를 안고 출발한 셈이다.
도시 형성의 역사적 배경도 영향을 미쳤다. 수도권 인구 분산 정책의 일환으로 주거 기능이 집중적으로 배치되면서, 경제적 핵심 기반보다는 베드타운 위주의 성장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기업 기반이 취약하여 자체 세수가 부족하고, 재원 부족으로 인해 다시 기업 유치를 위한 인프라 투자가 지연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선행 과제를 해결하지 못해 발전 동력을 찾기 어려운 구조적 딜레마로 풀이된다.
첨단 산업 생태계 조성과 발상의 전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핵심 과제는 결국 자체적인 세수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기업 유치로 수렴된다. 3기 신도시와 연계하여 조성되는 왕숙 첨단산업단지는 이러한 체질 개선을 이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 바이오, 로봇 등 미래 지향적 첨단 산업을 이곳에 유치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실효성 있는 세제 혜택과 행정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착공 전 교통 및 통신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재원 조달을 다각화하여 미래를 위한 마중물 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기존의 지리적 여건을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로 전환하는 시도도 병행할 만하다. 전체 면적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산림 자원을 글로벌 탄소 크레딧 시장 등과 연계해 거대한 탄소 흡수원이자 생태 자산으로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세외수입 창출과 더불어 친환경 생태 도시로서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증가하는 고령 인구 역시 실버케어 및 헬스케어 산업 육성의 기반으로 삼는다면, 단순한 재정적 부담을 넘어 새로운 지역 비즈니스 클러스터로 발전시킬 여지가 충분하다.
온전한 지방자치를 향한 도약
재정자립도 28%라는 수치는 도시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고 실행할 권한이 그만큼 제한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예산의 절대다수를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맞춤형 인프라 조성이나 적기 예산 투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인근 지자체들이 대규모 산업 단지와 선도 기업 유치를 통해 확고한 재정 자립 기반을 다진 사례는 깊이 새겨볼 만하다.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남양주 역시 왕숙 첨단산업단지의 성공적인 안착, 친환경 자원의 경제적 활용,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한 특화 산업 육성 등 가용한 시나리오를 구체화할 시점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선제적인 대응 없이 현 수준의 재정 지표가 악화할 경우, 기본적인 행정 서비스 유지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적 자생력은 곧 진정한 지방자치의 토대이자 미래 비전을 실현하는 동력이다. 수동적인 베드타운 구조를 넘어 자족적 경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의 중심에는 결국 산업 생태계 구축이 자리한다. 기업 친화적인 환경 조성과 적극적인 유치 전략 마련이 향후 남양주의 도약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남양주, 길을 묻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남양주의 길은 어디로 향해야 합니까?
필자 소개 : 온라인 시민커뮤니티 왕숙진접사랑 회장(닉네임:달빛벗)
[기획연재: 남양주, 길을 묻다] 앞으로 이런 내용을 다룹니다
제1편: 73만 명의 역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난한 대도시
제2편: 시간 도둑, 남양주 통근자의 하루는 왜 18시간뿐인가
제3편: 텅 빈 도시의 낮: 오전 10시, 남양주는 고요하다
제4편: 재정자립도 28%의 굴욕, 50만 이상 대도시 중 꼴찌의 비밀
제5편: 앵커 기업이 도시의 운명을 바꾸는 법
제6편: 왕숙신도시, 구원인가 재앙인가
제7편: 자족도시를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