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광교 신청사 전경. (사진=경기도)
경기도의 재정위기가 심상치 않다. 내년도 가용재원이 1조5천억원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본예산 편성 당시 4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조5천억원, 무려 62.5%가 줄어드는 셈이다. 문제는 경기도의 재정난이 도청의 살림살이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도비 지원이 줄어들면 그 부담은 남양주시와 같은 기초자치단체로 옮겨가고, 결국 시민의 몫이 될 수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세제 개편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재정 상황을 밝히며 지방세제의 근본적인 개편을 촉구했다. 경기도가 경기연구원과 함께 발표한 '2026 경기 재정브리프'도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올해 제2회 추경 기준 도 전체 예산은 약 42조2천억원이지만 자체사업 투자재원은 3조4천억원에 불과하다. 상환해야 할 지방채와 기금 차입금 원금도 7조415억원에 달한다.
취득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세입 구조와 늘어나는 의무 지출이 재정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경기도의 취득세 수입은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3조원 이상 감소했다. 도가 지방세제 개편을 요구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재정위기의 원인이 구조적이라고 해서 그 해결 부담까지 기초자치단체에 넘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경기도는 내년도 시군 보조사업에 도비 30% 기준보조율을 원칙으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의 특성과 시군의 재정 여건에 따라 차등 적용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기존에 30%를 넘는 도비를 지원받던 사업의 보조율이 낮아진다면 그 차액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시군이 자체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사업 규모나 지원 대상을 줄여야 한다. 경기도는 지출을 줄여 재정 부담을 덜 수 있겠지만, 그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도의 장부에서 시군의 장부로 옮겨갈 뿐이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경기도의회에서도 제기됐다.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27년 예산편성과 관련해 172개 일몰 검토 사업의 전면 재검토와 복원, 도비 보조율 조정을 통한 시군 재정부담 전가 금지를 요구했다. 주요 민생복지 사업의 12개월분 예산을 온전히 편성하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172개 사업이 모두 폐지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복지사업의 존속 여부가 예산편성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볍지 않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경기도의 태도다. 중앙정부를 향해서는 지방정부의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정작 자신보다 재정 기반이 취약한 시군에는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재정 책임의 원칙은 경기도와 기초자치단체 사이에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남양주에서는 이미 도 단위 복지사업의 변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가 출생아당 50만원을 지원하던 산후조리비 사업을 지난 9월 말 종료했지만 남양주시는 자체 사업으로 같은 금액의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남양주시의 결정으로 시민 혜택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가 일괄적으로 제공하던 지원이 사라지면서 출산가정에 대한 지원 여부가 각 시군의 정책과 재정 여력에 더욱 좌우되는 구조가 됐다.
가족돌봄수당은 상황이 더 직접적이다. 조부모 등 친인척이나 이웃이 아이를 돌보는 가정에 지급하는 이 수당은 지난 9월 남양주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신규 신청이 중단됐다. 현재 접수 중단 지역은 남양주를 포함한 20개 시군으로 늘어났다.
재정위기의 충격이 가장 먼저 출산과 돌봄 분야에서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가정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예산 항목 하나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저출생 대응과 돌봄 부담 완화라는 정책 목표의 지속성과도 직결된다.
남양주시의 재정 여건 역시 넉넉하지 않다. 도비 지원 비율이 낮아지는 사업이 늘어난다면 시는 기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만큼 다른 지역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도비 감소가 남양주시의 자체사업 축소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재정 압박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모든 사업을 기존 규모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정이 어려울수록 사업의 효과를 따지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일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경기도가 자체 재정위기를 이유로 지원을 줄이고, 남양주시가 별다른 대응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경기도는 어떤 사업에 얼마의 도비를 지원할 것인지, 보조율 조정으로 시군에 얼마나 많은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지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남양주시 역시 내년도 도비 지원사업별 증감액과 추가 시비 소요액을 면밀히 분석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시민 지원사업의 우선순위를 세워야 한다. 필요한 사업이라면 경기도에 지원 유지를 요구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경기도의 2027년도 예산안은 오는 11월 2일 도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제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호소하는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예산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증명해야 할 때다.
경기도가 재정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남양주시의 재정이 악화되고 시민의 복지 혜택이 줄어드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도의 재정 건전성을 지키겠다는 명분이 기초자치단체와 시민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구실이 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