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경의중앙선 철도복개 상부공간 조감도. 약 1만8천 평 규모의 공간을 문화·교육·휴식 등이 어우러진 입체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구상이 추진되고 있다. 자료=남양주시
남양주시가 다산 철도복개 상부공간을 어떻게 만들지 구체화하는 시점에 국토연구원이 눈여겨볼 만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시가 지난 9월 10일 다산동 6185-1 일원의 경의중앙선 철도복개 현장에서 높이 차이와 보행동선, 주변 경관, 주민 이용 편의를 점검한 지 불과 11일 뒤인 21일이다. 국토연구원은 경의선숲길과 경부동탄터널을 분석해 상부공간이 도시를 바꾸려면 연결성·다양성·중심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산 철도복개 사업은 다산신도시 내 경의중앙선 약 594m 구간을 구조물로 덮고, 그 위와 주변 토지에 폭 50~80m, 약 1만8천 평 규모의 공원을 만드는 사업이다. 기존 철로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지하로 내리는 방식은 아니다. 현재 운행 중인 철도 위에 구조물을 설치해 상부에 새로운 도시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남양주시는 이 사업을 철도로 단절됐던 다산1동과 2동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사업으로 설명하고 있다.
남양주시의 구상도 이미 단순한 녹지공원을 넘어섰다. 자연·문화·교육·휴식 기능을 결합한 입체복합문화공원을 만들고 정약용도서관 등 주변 시설과 연계하겠다는 방향이다. 정약용 아카데미, 청년공간, 실내정원 등도 그동안 검토됐다.
그렇다면 국토연구원의 연구는 다산에 무엇을 더 말해주고 있을까.
국토연구원이 분석한 대표 사례 가운데 하나가 서울 경의선숲길이다. 연남동 구간은 흔히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 곳이다.
경의선숲길은 철도를 지하화한 뒤 남은 지상 공간에 공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존 철도를 덮는 다산과 공사 방식은 다르다. 그러나 철도로 갈라졌던 도시를 다시 잇고, 그 위에 생긴 공간을 주변 생활권과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다산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연구결과는 의외의 대목을 보여준다.
경의선숲길과 경부동탄터널 모두 사업 이후 연결성이 좋아졌다. 하지만 효과는 주로 사업지 주변에 머물렀다. 철길이나 도로로 끊겼던 곳을 이어놓는 것만으로 도시 전체의 이동과 생활권이 저절로 바뀌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비슷한 사업을 할 때 주변지역, 대중교통, 지역 커뮤니티, 공공시설을 어떻게 연결할지 처음부터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산에도 그대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질문이다.
1만8천 평 공원을 얼마나 예쁘게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정약용도서관과 주변 상업지역·주거지역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편하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공원을 걸어 나온 사람이 다시 주변 상권과 다른 생활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느냐도 살펴야 한다.
남양주시가 최근 현장에서 높이 차이와 보행동선을 직접 점검한 것도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토연구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공원 안에 여러 시설을 집어넣는 것만으로 다양한 공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의선숲길은 홍대·공덕·연남동 등 이미 형성돼 있던 상업·문화지역과 연결되면서 효과가 주변으로 퍼졌다.
연구진은 철도 지하화 사업 하나가 새로운 상권과 기능을 스스로 만들어냈다기보다 기존 지역이 가지고 있던 상업·문화 자산과 결합했을 때 효과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서울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은 연트럴파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토연구원은 경의선숲길이 주변 상업·문화지역과 연결되면서 생활권으로 효과가 확산된 사례로 분석했다. 사진=서울시
다산에서도 중요한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1만8천 평 안에 무엇을 많이 넣을 것인가보다, 1만8천 평 밖의 도시와 무엇을 연결할 것인가.
다산이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공원이 완성된 이후다.
국토연구원은 국내 철도·도로 지하화 사업의 문제 가운데 하나로 상부공간을 나중에 고민하는 방식을 꼽았다. 철도나 도로 구조물을 먼저 설계해 버리면 그 위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처음부터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설계 락인’이라고 표현했다. 쉽게 말해 처음 만든 구조 때문에 나중에 다른 용도로 바꾸기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다산은 이미 복개 구조물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상부공간의 구체적인 계획은 계속 다듬어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구조 안에서 어떤 시설과 동선을 만들 수 있는지뿐 아니라 향후 이용방식이 달라졌을 때 공간을 얼마나 쉽게 바꿀 수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산신도시 경의중앙선 철도복개 공사 현장. 기존 철로 약 594m 구간을 구조물로 덮고 그 위에 새로운 도시공간을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국가철도공단
완공 뒤의 평가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공원을 만들어 놓고 방문객 수만 세는 것으로 끝내지 말자는 것이다. 철도 양쪽을 오가는 사람이 실제 늘었는지, 주변 상권과 문화시설 이용에 변화가 생겼는지, 특정 공간만 붐비고 다른 공간은 비어 있지는 않은지 등을 계속 살펴보고 그 결과를 다시 운영과 공간 개선에 반영하자는 제안이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의 평가와 환류체계를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랜드마크’와 ‘도시의 중심’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눈에 띄는 건축물이나 공원을 하나 만드는 것만으로 도시의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의선숲길 사례에서는 기존 홍대·신촌 등 주요 지역과 연결되고 상업·업무 기능이 자리 잡으면서 중심성이 강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은 그래서 상부공간을 단순한 녹지나 산책로가 아니라 주변 도시까지 함께 바라보는 전략적 공간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연구원은 상부공간을 공원·녹지 한 가지 기능으로만 한정하지 말고 도시계획과 연계해 상업·업무·주거 등 다양한 기능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계획부터 공사, 운영까지 여러 기관이 따로 움직이지 않도록 일관된 협력체계를 만드는 것도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다산 철도복개를 직접 분석한 것은 아니다. 경의선숲길과 경부동탄터널을 분석해 전국의 교통인프라 지하화 사업에 적용할 정책 방향을 제안한 연구다.
그럼에도 시점은 주목할 만하다.
남양주시가 9월 10일 현장에서 상부공간의 높이와 보행동선, 경관, 주민 이용 편의를 다시 살핀 직후인 21일 국책연구기관이 실제 선행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기 때문이다.
남양주시가 지금까지 제시한 상부공간 구상은 국토연구원이 짚은 핵심 방향과 상당 부분 겹친다. 철도로 끊긴 공간을 연결하고 단순 공원을 넘어 문화·교육·휴식 기능을 넣겠다는 구상도 그렇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한 단계 더 구체적이다.
철도 위 1만8천 평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서 멈추지 않고, 그곳에서 시작된 사람과 활동의 흐름을 주변 생활권과 상권으로 얼마나 퍼뜨릴 것인가. 그리고 완공 뒤에도 실제 효과를 계속 살펴 공간을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인가.
철도복개가 다산1·2동을 물리적으로 잇는 사업이라면, 상부공간의 성패는 그 연결이 복개구간 밖의 도시생활까지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연트럴파크로 익숙한 경의선숲길이 지금 다산에 던지는 가장 현실적인 숙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