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왕숙 A-25블록 위치도. A-25는 GTX-B와 강동하남남양주선(9호선 연장), 경춘선이 만나는 왕숙역(가칭) 인근에 위치한 1,298호 규모 뉴:홈 선택형 부지다. 자료=LH
남양주 왕숙신도시에서 분양전환 공공임대 일부가 순수 공공임대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미 본청약과 계약을 마친 입주예정자와 향후 왕숙 입성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임대주택 확대에 대한 반감이라기보다, 어느 블록이 실제 전환 대상이 되는지 알 수 없고 신도시의 장기적인 주택 구성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의 핵심이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3기 신도시의 분양전환 공공임대 가운데 일부를 순수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3기 신도시 공공임대 계획 물량 가운데 약 1만2천가구가 분양전환형으로 계획된 가운데, 공공임대 재고를 유지하고 분양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업자와 입주자 간 분쟁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이미 사전청약을 마쳤거나 분양전환 공공임대로 착공돼 계획 변경 시 공급 지연이 발생하는 경우 등은 예외로 두겠다는 입장이다.
분양전환 공공임대는 일정 기간 임대로 거주한 뒤 분양 여부를 결정하거나 분양전환 기회를 갖는 방식이다. 반면 순수 공공임대로 전환되면 해당 물량은 장기간 공공임대 재고로 남는다. 따라서 이번 구상이 실행되더라도 현재 집계되는 공공임대 비율이 곧바로 크게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분양전환형 역시 입주 초기에는 공공임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달라지는 것은 시간이 지난 뒤다. 원래 분양전환을 통해 임대 재고에서 빠질 주택이 계속 공공임대로 남으면서 장기적으로 임대 비중이 줄어드는 폭이 작아질 수 있다. 홍 후보자가 이번 구상의 이유로 ‘공공임대 재고 유지 및 확보’를 제시한 것도 이런 구조와 맞닿아 있다.
분양전환 줄면 왕숙 장기 주택구성도 변화
왕숙 입주예정자들이 이 대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기존 주택 구성도 있다. LH가 밝힌 왕숙지구의 공공임대 비율은 31.2%다.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을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2기 신도시에 비해 공공임대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향후 자가로 전환될 예정이던 물량까지 장기 임대로 남게 될 경우 왕숙의 주택 구성 자체가 당초 기대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곳 가운데 하나가 왕숙 A-25블록이다. A-25는 60㎡ 이하 1,298호 규모의 뉴:홈 선택형으로 계획돼 있다. LH 공모자료상 착공은 2027년 12월 예정이며,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2024년 12월 LH와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국토교통부도 A-25 사업을 분양전환 공공임대로 승인했다.
A-25는 사전청약을 실시하지 않았고 아직 착공 전이어서 홍 후보자가 제시한 대표적인 예외조건에 바로 들어맞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A-25가 순수 공공임대 전환 대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미 민간사업자 선정과 사업협약, 사업계획 승인까지 상당한 절차가 진행된 만큼 주택유형을 바꿀 경우 설계나 사업계획 변경으로 공급 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홍 후보자 역시 공급 지연이 발생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언급했다. 결국 A-25를 비롯한 왕숙의 분양전환형 블록 가운데 어디까지가 검토 대상이고 어디부터 예외인지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어느 블록 바뀌나…입주예정자 불확실성
현재 본청약과 계약을 마친 왕숙·왕숙2 공공분양 당첨자의 계약 주택이 이번 검토로 임대주택으로 바뀐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들의 불안은 자신의 계약 조건보다는 아직 공급되지 않은 주변 블록의 유형이 달라지면서 지구 전체의 장기적인 주택 구성과 수요 구조가 변할 수 있다는 데 가깝다. 특히 앞으로 왕숙에 청약하거나 입주하려는 수요자에게는 어떤 블록이 분양전환 기회를 유지하고 어떤 블록이 장기임대로 남는지가 청약 판단의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실제 왕숙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불확실성을 둘러싼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계약한 주택의 권리가 바뀌는 것은 아니더라도 주변 블록의 공급유형이 변경되면 장기적인 주택 구성과 상권, 도시 이미지, 자산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공공임대 비중과 신도시 주택가격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어서 ‘임대 확대가 곧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장기 공공임대 재고를 확보해 무주택 가구의 안정적인 거주 기반을 넓히려는 정책 목적 역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미 공급계획을 전제로 청약과 계약, 입주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신도시에서 주택유형을 변경하려면 그 범위와 기준을 구체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 논란은 ‘임대냐 분양이냐’의 단순한 찬반 문제라기보다 신도시 계획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 신뢰의 문제에 가깝다.
국토교통부와 LH가 왕숙·왕숙2의 분양전환 공공임대 블록별로 전환 검토 여부와 예외 기준, 공급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기에 공개하지 않는다면 어느 단지가 바뀌는지 알 수 없다는 주민들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