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공공심야약국이 없는 곳이 딱 한 곳 있다. 남양주다.
인구 73만 명에 육박하는 도시에서 밤늦게 약이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는 공공심야약국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남양주는 처음부터 공공심야약국이 없었던 도시도 아니다. 2024년까지 다산지역에서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공공심야약국이 운영됐다. 있던 공공심야약국이 사라졌고, 지금은 경기도에서 유일한 공백지역이 됐다.
지난 6월 경기도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남양주에 공공심야약국이 없는 이유를 묻는 도의원 질의에 경기도 보건당국은 처음에는 참여하려는 약국을 구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원인을 다시 묻는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나왔다.
약국 측에서도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남양주시 역시 사업의 실효성과 예산 등을 고려해 지난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보였다는 것이다. 경기도 보건당국은 새롭게 시작한 민선9기에서는 남양주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 약국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답변도 내놓았다.
이 답변은 남양주에 공공심야약국이 없는 이유를 단순히 참여하겠다는 약국이 없었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약국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현실뿐 아니라 사업의 실효성과 예산에 대한 남양주시의 판단도 함께 작용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공공심야약국의 실효성을 무엇으로 판단하느냐다.
밤 11시나 자정에 약국을 찾는 시민이 낮 시간만큼 많을 수는 없다. 단순 이용건수만 놓고 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공심야약국은 손님이 얼마나 많이 찾아오는지를 기준으로 존폐를 판단할 일반 영리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늦은 밤 갑자기 아이에게 열이 나 해열제가 필요할 수 있다. 진통제나 소화제 같은 일반의약품이 급하게 필요한 경우도 있다. 늦은 시간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은 뒤 약을 조제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응급실까지 갈 정도는 아니지만 약사의 도움은 필요한 순간이 분명히 있다.
공공심야약국의 가치는 바로 이런 때 드러난다. 매일 많은 사람이 이용해야만 가치가 생기는 시설이 아니라, 시민이 필요한 순간 찾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야간 의료안전망의 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약국에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365일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운영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심야시간에 근무할 약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근무 편성과 인력 운영에도 부담이 따른다. 지원금이 있다고 해도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어서 참여 약국을 확보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참여 약국 확보가 어렵다면, 시가 그 어려움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 공공심야약국 국비사업은 국비와 시비를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현재 지원단가인 시간당 4만원을 기준으로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하루 3시간, 365일 운영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연간 지원액은 약 4,380만원이다.
국비사업으로 선정될 경우 남양주시가 부담할 몫은 약 2,190만원이다.
물론 남양주시가 신청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국비사업에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구 73만 명에 육박하는 도시의 야간 의료안전망을 위해 연간 수천만원 정도의 시비를 부담하는 것이 과연 사업을 포기할 만큼 큰 부담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참여 약국을 구하기 어렵다면 남양주만의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다.
예컨대 시가 기본 지원금에 시간당 1만원을 자체적으로 더 지원한다고 가정해 보자. 필요한 추가 예산은 1년에 약 1,095만원이다. 국비사업으로 선정된다는 전제에서 기본 시비 부담까지 합쳐도 남양주시가 부담하는 금액은 연간 약 3,285만원 정도다.
약국의 영업환경도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최근 남양주에도 365일 밤 9시까지 운영하는 창고형약국들이 생겨나고 있다. 약국의 영업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시 또한 참여 가능성이 있는 약국을 폭넓게 다시 찾아볼 필요가 있다.
기존 약국뿐 아니라 이런 약국들까지 폭넓게 참여를 유도해, 실제 심야 운영이 가능한 약국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추가 지원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남양주시가 과거 공공심야약국의 실효성과 예산을 고민했던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참여 약국을 확보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분명하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남양주만 공공심야약국이 없다. 그것도 인구 73만 명에 육박하는 도시가 그렇다.
공공심야약국은 하루 몇 명이 이용했는지만으로 가치를 계산할 공공서비스가 아니다. 소방서가 매일 화재가 나야 필요한 시설이 아니듯, 야간 의료안전망 역시 시민이 필요한 바로 그 순간 이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남양주에 필요한 것은 공공심야약국이 없어도 되는 이유를 찾는 일이 아니다.
다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참여할 약국이 없다면 참여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남양주만 비어 있는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의 선택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