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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소의 돌다리, 반복되는 훼손의 굴레를 끊으려면
  • 최성민 칼럼
  • 등록 2025-09-09 08:48:45
  • 수정 2025-09-09 10: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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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시 복구는 예산 낭비
  • 주민 제안 무시하면 안돼
  • 스윙교 등 항구적 대책 필요

폭우로 파손된 벼락소 돌다리

경기 동북부 남양주를 가로지르는 왕숙천과 그 지류인 금곡천은 지역 주민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중 맑은 물소리와 푸른 녹음이 어우러진 진접의 벼락소는 주민들에게 평온과 위안을 선사하는 곳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에 놓인 돌다리는 단순히 하천을 건너는 통로를 넘어, 일대 주민들의 일상과 삶을 잇는 소중한 연결고리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집중호우가 휩쓸고 갈 때마다 이 다리는 산산조각 난 채 흉물스러운 잔해만을 남기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설물 파손을 넘어, 지역 사회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거듭되는 무의미한 예산 낭비
주민들의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벼락소 돌다리 공사는 계속 좌절을 겪고 있다. 2019년과 2020년, 온라인커뮤니티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벼락소와 금곡천 산책로를 안전하게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주민들은 폭우에도 끄떡없는 스윙교(Swing Bridge)나 아름다운 출렁다리 같은 대안을 제시하며 튼튼한 다리를 염원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현실화된 것은 가장 단순한 형태의 징검다리였다. 주민들의 기대와 노력은 무색하게도, 이 다리는 채 2년도 되지 않아 2022년 폭우에 크게 무너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한참 뒤인 2023년 상반기에 보강 공사를 마쳤지만 몇 달 못 가 다리 연결 부근이 또다시 무너졌고, 올해는 2022년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다.


되풀이되는 파손과 임시방편적인 복구는 소모적인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지속 가능한 대책 없이 시행되는 복구는 주민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줄 뿐이었다. 이번 폭우에는 다리뿐만 아니라 벼락소 옆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까지 붕괴되면서 주민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무너진 천변 자전거도로 겸  산책로

때문에 벼락소의 아름다운 풍경을 크게 해치며 방치된 현재 다리의 잔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이처럼 반복되는 훼손을 보노라면, 차라리 다리가 없던 예전처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지속 가능한 대안, 스윙교와 출렁다리를 다시 생각하며

하지만 이 아름다운 벼락소에 다시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존재한다. 바로 수년 전 지역 주민들이 꿈꿨던 대안들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스윙교는 홍수에도 안전한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 방식의 다리는 집중호우 시 다리 자체가 회전하여 유수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 파손 위험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스윙교(예시)

또 다른 대안은 출렁다리와 같은 보행자 전용 현수교 방식의 다리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흔들림 문제는 현대 기술로 충분히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다리는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는 동시에, 벼락소의 아름다움을 더욱 부각하는 새로운 지역 명소(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출렁다리(예시)

단순한 복구는 더 이상 답이 될 수 없다. 행정 당국은 주민들이 벼락소에 쏟아왔던 오랜 애정과 노력을 기억하고 , 무의미한 예산 낭비와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인 스윙교나 출렁다리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역의 정치인들 또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벼락소를 안전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은 시와 지역 공동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중요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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